결혼이 뭔지, 생활이 뭔지 아무 생각없이 덜컥 해치우고, 이제 누군가의 아내로 살게 되었다.
1. 프랑스 시집살이? 시집살이 없다. 여긴 며느리는 거의 남이다. 그러니 시댁에 방문하면 손님 대해주시듯 한다. 밥도 사주시고, 차려주시고, 운전해서 놀러갈데도 데려다주신다. 우리가 아직 어려서 배려해주시는 것만은 아닐것이다. 주변 사람들도 늘 그렇게 지내는 것 같다. 서로를 어머님, 아버님이라 부르지도 않고 이름으로 부른다. 생일에도 딱히 선물을 챙겨주는 경우는 없다. 결혼을 했건, 연인이건, 동거인이건 비슷하게 대해주시는 것 같다. 평등하고 자유로운 관계여서 그런지 농담도 주고 받고 이야기도 나누다 보면 오히려 친구같은 관계가 되기도 한다.
2. 프랑스 명절? 명절은 크리스마스뿐이다. 보통 호스팅하는 부모님들이 크리스마스차림을 차려주신다. 이브는 엄청 성대하게( 굴, 푸아그라, 샴페인)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달콤한 디저트를 나눠 먹는다. '며느리'라고 해서 딱히 할 일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크리스마스에는 거의 1주일에서 2주일간 가족들끼리 모여 지내는데, 사실 남의 집이라면 남의 집인데... 아무일 안하고 그냥 있는것만으로도 솔직히 피곤하긴 하다. 하지만 주된 노동은 부모님이 해주시니 불평하고 싶진 않다...
3. 프랑스 휴가 남편만해도 일년 휴가가 8주 정도 된다. 다들 휴가는 필수다. 유럽이여서 다른 나라 가기도 쉽다. 다들 모여 대화를 할때는 '휴가는 어디로 생각해?' 라고 묻곤 한다. 한국에 있을때는 상상하기 힘든 풍경이었다. 부모님은 다른 지방에 사시니, 휴가중 일주일은 부모님댁에, 크리스마스 휴가는 2주정도 비워두고 거의 한달간 휴가를 간다. 이곳 사람들은 거의 한달 월급을 휴가로 바칠 각오가 되어 있다! + 7,8월 쯔음에는 파리지앵들은 파리를 떠나있고 그 자리는 관광객들이 채운다. 다시 돌아온 파리지앵들은 한껏 태닝되어 있는 것을 발견 할 수 있다.
4. 프랑스 부부 생활비/ 가사 노동 거의 반반 부담한다. 특히 파리에 사는 사람들은 월세로 살던가, 집을 사서 대출금을 갚으며 산다. 월세는 적어도 1000유로 (130만원) 나 되므로 한쪽은 월세를 부담하고 한쪽은 생활비를 부담하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가사노동도 공평하다. ( 물론 여자들이 조금 더 많이 하는것 같긴 하다) 맞벌이가 대부분이므로 남편이 요리를 하고, 아내가 청소를 하는 식의 분담이 흔하다.
5. 프랑스 부부 2세 계획 시누이가 최근 아이를 낳아 가까이서 본 결과, 역시 아기를 돌보는 일은 많은 부분 엄마 몫이다. 아이가 일단 엄마를 엄청 찾으니까. 신기하게도 주변의 젊은 부부들은 모두 멀지 않은 장래에 2세를 계획하고 있다. 한국의 N포세대였던 나는, 그런 계획이 신기했다. 국가에서 지원되는게 많아서일까? 사실 부모가 부담해야할 갓이 비단 돈만은 아닐것이다. 미래에대한 낙관이라고도 생각하고, 한편으로는 2세를 갖는 다는게 이 사회에서는 너무 그저 당연하기만 한 일 같기도 하다. 일단 우리 부부는 아이를 낳지 않기로 했다. 그냥 우리끼리 행복하게 소박하게 살자. 이마인드다. 이런 얘기를 듣고 다행히도, 누군가 잘못된 선택이야! 애 낳아야해! 하는 사람들은 없다.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자연스럽게 우리의 계획을 말하고 받아들여질 수 있어 그저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