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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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수능 시즌을 맞아 꽃피워보는 나의 삼수썰. 

재수썰은 안타깝게도 열심히 했으나 실패했다는 새드엔딩을 맞이했다. 그리고 완벽한 타의로 인해,(어느 학교도 나를 받아주지 않았다) 삼수를 하게 되었다. 삼수와 재수의 차이점. 나의 마음가짐과 나름대로 해피엔딩을 맞이한 긍정적 에너지 뿜뿜하는 썰을 풀어보도록 하겠다.  

 

수능 삼수한 썰

 

 

2012,13,14년도 삼수를 하게되었다. 

일단 앞서 말했다시피 재수는 망해버렸다.

https://paris-etranger.tistory.com/227

 

자기효능감? 눈물겨운 재수 실패담. (feat. 삼수) 영화과 지망생 망한 썰

수능 시즌을 기념하여 회고해보는, 나의 눈물겨운 재수 실패담. 나는 2012수능, 2013, 2014. 삼수를 했다. 전국에 삼수한 사람이 몇명이나 되나 궁금하다. 아무튼, 이제는 거의 십년이 다 되어 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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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수를 하고 제일 먼저 달라진것은 나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이다. 재수한다고 했을때는 설날에 새뱃돈도 더 받고 모든 곳의 배려와 조심스러운 대접을 받았더랬다. 얼마나 힘드니. 하면서. 게다가 재수할때는 친구도 많았다. 재수 하는 친구가 많아서 외롭지도 않았고 대학 먼저간 친구들이 그렇게 부럽지도 않았다. 그런데 삼수를 하고 나니 세상이 좀 달라졌다!

 

1. 사람들이 놀리기 시작했다... 삼수. 웃겼나보다. 그리고 일단 자조에 익숙해진 나라서 놀려도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측은해하는 것보다 차라리 놀리는게 나은 기분마저 들었다. 그리고 이제 삼수쯤 하면 친구들이 거의 대학에 갔다. 일단 어중간하지만 만족하지 못하더라도 삼수는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가진 애들이 가장 많았다. 재수 성공한 애들도 있고 미끄러진애들도 있는데 일단 다들 어디를 가긴 했다. 나만 하더라도 삼수 한다는애는 나밖에 없었다. 그래서 신기해 하는 사람도 있고, 아무튼 예민하게 짜증내면 받아줄 사람도 이해해줄 사람도 없다는것을 이해하고 해탈하는 수밖에 없었다. 

 

2. 나가 놀기 시작했다... 이것은 말이 나가 논다는 말인데 인간은 휴식이 필요하다! 재수때 내가 후회한것중에 하나는 휴식을 하나도 주지 않고 버스를 타던 걷던 무조건 공부생각만 했다는 거다. 스트레스를 풀데가 없었고, 그짜증과 괴로움이 몸에 쌓여서 효과적인 학습능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자리에는 앉아있으나 머리는 딴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신 이번에는 일주일에 한번은 산책이나 친구와의 대화를 하기로 했다. 나는 그때 영화과에 입시한 아는 사람과 함께 단편 영화도 찍었다. (그 사람이랑은 절교하고 돈은 돈대로 쓰고 전혀 무쓸모의 짓이었다는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아무튼, 내가 그 시기에 무언가를 했다는것은 여전히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다만 아르바이트는 하지 않았다. 내돈 벌어 쓰는게 늘 로망이긴 했는데 돈벌려고 아르바이트하며 시간 쓰는것은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끔기분전환활겸 놀거나 공부에 집중했다. 

 

 

3. 이건 큰 변화. 학원이 아니라 인강을 듣기 시작했다. 

맨 처음에는 노량진학원을 다녔는데 대중교통에서 쓰는 시간이 아까웠고, 학원 선생님들 인강찍는 사람들이라 그냥 인강듣기로 했다. 가장 중요한것은 의지가 아닌가. 인강 안듣는 사람도 있다는데 나는 인강 스케쥴 맞추면서 열심히 잘 했다. 인강 선생님이 괜히 돈 많이 버는게 아니다. 좋은 선생님 수업 들으니 진짜 머리에 쏙쏙 박혔다. 스케줄은 학원 다닐때처럼 규칙적이게 하려고 애썼다. 8시에 일어나서 12쯤 잔것 같다. 밥도 챙겨먹고 공부도 하고 하면서. 

 

 

 

4. 휴대폰은 여전히 없다.

재수때 재수학원에서 누가 핸드폰 훔쳐가서 그 이후로 계속 휴대폰이 없었다. sns도 안하고. 그래도 챙겨주는 친구는 집으로 연락오던가 편지를 써주던가 메일을 써주던가 내가 전화걸면 재깍 받아준다거나 여러 배려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일단 외부의 자극을 없애는게 중요했고, 대학생활하는 친구들이 부러워서라도 보고는 못견딜것 같았다. 이건 정말 강추. 그때 내게 휴대폰이 있었더라면 우울증으로 포기했을듯.

 

 

5. 희망 과를 바꿨다. 

그때 영화과를 희망했는데, 정말 좋은 선생님이 내 글을 읽어주시고 문예창작과를 추천해주셨다. 친척언니의 추천으로 과외선생님을 소개받았는데 그분도 운좋게 정말 좋은 분이었다. 그래서 실기 시험 준비를 겨울방학동안 바짝 하는게 아니라 매일 했다. 과외를 매일 받았으니 싸진 않았다. 엄마 아빠 미안... 아무튼 실기 준비를 매일 해서 계속 긴장할 수 있었고 혼자 공부한다는 마음에서 벗어나서 뭐랄까 좀 일상의 작은 기준점이 되었던것 같다. 

 

---> 수능을 보고 기분이 좋았다. 뭔가 보자 마자 기지개켜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냥 보자 마자 잘 본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학을 제외하고 223등급을 받았다. 되게 잘 본것은 아니었지만 실기시험이 있었으므로 인서울 중상위권 대학에 원서를 넣었다. 그리고 내가 희망하는 대학에 합격했다. 뭔가 이미 합격할 줄 아는 기분이었다. 

 

아무튼, 이렇게 적고 나니 너무 간단해 보이는데 그 중간중간 울기도 많이 울고, 괴로워서 때려치고 염전에서 노동이나 할까 생각한 적도 많았다. 그런데 가족들의 응원이 너무 중요했고, 내가 더 잘할수 있다는 자신감을 재수를 통해 배웠던것도 정말 좋은 기회였던것 같다. 

 

수능을 본지 거의 십년이 다 되어 간다. 내가 인생을 잘 안다고 할 수도,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대학이 중요한가? 중요한것 같긴 하다. 좋은 대학 간 애들이 취업은 잘 하더라. 학벌의 차이도 있지만 일단 애들이 기준이 달라지는 것 같다. 자기 스스로의 가치를 이미 대학으로 한정해놓고 꿈을 제단하는게 많은 것 같다.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어도 솔직히 그렇게 위축될 필요가 있을까 싶다. 대학 안나오고 사업하는 사람도 있고, 대학 나오고 전혀 다른 과의 일을 하는 사람도 있다. 재정신 박힌 사람이면 서른 되어서까지 학교 어디나왔냐 운운하는 사람도 없다. 

 

그런데 내가 삼수를 하면서 얻은게 있다면 자기효능감이다. 일단 그 헬시기를 거쳐오니 못할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포기 하지 않은 내가 자랑스럽다. 대학의 효용은 사실 의문이지만 내가 원하는 집단에 속했다는것에서 주는 뿌듯함도 아주 크다. 자존감이 높아진것 같다. 그래서 나는 만족하지 않는곳에 안주할 바에는 그냥 삼수 하라고 재수하라고 하고 싶다.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절대 아님에도, 불만족스러운데 안주하면서 나는 요만한 놈이니까 하면서 꿈을 자꾸 줄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믿고 좀 애써보라고 응원해주고 싶다! 

 

물론 스무살 스무한살 가장 놀고 싶은 나이인데다가 학원비, 인강비 돈 드는데도 많다. 하지만 살다 보니 그때 일이년 그렇게 큰게 아니었다. 편입한 애들도 있고 휴학한 애들도 있고 졸업할때 보니 삼수한게 큰 흠도 안됐다. 인생에 그런 고생 한두번 해볼수 있다.

 

 

 

 

 

인생에 한번인거 도전하길!

수능 화이팅! 재수 화이팅! 삼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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